가난한게 쪽팔일 나이지. 창민은 빈 백팩을 배달통 바닥에 납작하게 깐다. 헬멧을 쓰고 교복 위에 검은 점퍼를 입는다.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 폼이 능숙했다. 민짜 주제에 배달 일을 할 수 있는 건 가게 주인이 나빠서인지 좋아서인지. 창민은 그런 것조차 분간을 못 했다. 퍽 안타까운 상황. 처지. 배달 어플 판이 치는 세상에도 여전하게 몇몇 중국집은...
가장 완벽하게 헤어지는 법 1. -헤어지자지 다섯 글자로 종결한 싸가지 없는 결별은 새벽 네 시 삼십 분쯤에 작성되었다. 전송 버튼을 누른 게 알코올에 절여진 전두엽인지 담배 냄새 밴 엄지손가락인지 알 길이 없다. 지창민은 만취한 채로 저지르고 자취방에서 졸도하듯 잠들었다. 걔가 자취하는 곳은 학교 쪽문 쪽 주택식 셋방이 즐비한 곳이었으며, 일 층은 주인 ...
우리라는 글자의 책임. 무게를 달아. 감히 숫자로 측정할 수 없지. 누군가 책임의 값을 묻는다면 그것 곧 사랑의 값이라 답해. 이재현은 여전히 지창민을 책임지고 지창민도 변함없이 그의 책임을 사랑한다고. 도저히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어서. 팔월의 크리스마스 현재 카센타 後
예의범절코토리베이지로 염색하니까 낯빛이 훨 구렸다. 기사 사진 속 이재현은 보정 하나 없는 날 것의 얼굴로 웃고 있다. 빼입은 수트 자켓 기장은 누가 잘라먹은 것마냥 짧았다. 바지 밑단은 다리 길이에 맞춰 늘려서 수선한 자국이 있었다. 그러니까 지창민은 그런 것까지 본다.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다 보이는 것들. 톤그로 진짜 구려. 입술은 핑크로 칠해놔서 더...
(baby got me looking so crazy) 바야흐로 사춘기라서. 자존심이 죽는 것보다 중요해서. 이재현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으니 승패는 가름이 났다. 뒤에서 호모섹스어쩌구를 지랄거려도 귀에 안 들렸다는 뜻이다. 오, 이런 내가 졌다니. 패배감 느낄 새도 없이 지창민은 이재현 어깨빵 갈기고 갈 길 가서. 하교하느냐 어수선한 복도에 남아있는 애...
여자만 만나본 놈이 게이 섹스까지 잘해버리면 어쩌자는 건지. 김선우는 이주연 목에 팔을 감는다.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튈까 어금니 꽉 깨문다. 오르가즘 기합으로 이겨내기. 그딴 걸 하는 중이라고. 남친이랑 안 헤어짐. 이주연과 어떠한 사이도 아님. 섹스는 해봄. 지금도 하는 중. 이주연 선배 게이 되신 게 확실하고. 그럼 백유리 선배는 어쩌지. 진짜 개빡쳤...
(B1f 카페테리아) 발을 걸면 당연히 넘어진다. 무릎과 대리석 바닥이 강하게 마찰하는 소리. 쏟아진 백팩 안에서 튀어나온 건 필기구뿐만은 아니다. 넘어진 뒤통수 위로 휘파람 소리가 쏟아진다. 지창민은 팔꿈치를 세운다. 무릎이 시큰했다. 잘못했음 무릎이 완전 아작나 성장판 좆될 뻔. 발 건 당사자는 친히 무릎 굽혀 상판을 들이민다. 이재현은 만족감 가득하게...
박제된 미미를 봐.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미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아름다움을 알았다. 미미 개 이름도 그렇게 안 짓는다. 미미. 어감이 단순하고 발음이 쉬었다. 무게감이 좀 떨어져 신뢰감을 쌓기 어려웠다. 미미 (금융) 캐피탈. 돈놀이하는 곳이니 신뢰가 생명이었다. 대신에 쉬운 접근성을 내세운다. 부담감이 없잖아. 가볍잖아. 한 번 들어가 볼까 싶잖아. 미미 캐피탈 이재현 사장은 이름 대신 미미라 불...
내가사준거다두고가씨발럼아. 쥐좆만한 신발장에 맨발로 섰다. 바로 마빡에 두루마리 휴지 날아온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추락하니 인성마저 아작나는 기분이다. 김선우는 고래고래 윽박지르는 제 애인에게 그저 가운데 손가락 날려주고 현관문 열었다. 조던 범고래. 아쉽게도 애인이 사준 거다. 아디다스 양말. 이 또한 애인이 사준 거다. 성질은 지랄맞아도 선물이랍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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